“내 몸을 은제부텀 국가가 관리 했남유?”
이 말은, 예기치 못했든 간통죄로 고소당했던 어느 무지한 여인이 내 뱉었다는 말, (그러나) 아주 래디컬한 물음이다.

일찍이 미셀 푸코는, 당대의 지식은 권력과 결탁되어 우리의 몸이나 마음까지도 감시하고 훈육, 통제하여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그의 지식고고학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법률, 의학, 병리학의 발달은 건강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반사하여 국가나 제도가 우리의 신체나 심지어 우리의 내밀한 성욕까지도 의학적 시선으로---변태, 자위, 부인들의 성욕, 유해, 병적, 비위생적, 비의학적, 정신병적이란 이름으로--- 감시하고 통제하고, 나아가서 우리의 신체를 가공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밝혔다.

19세기 후반의 의사들이나 위생가들은 내밀성의 공간 속으로 숨은 신체들의 성적행동에 대해 편집증적인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그들이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은 성과 성욕을 의학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건강을 염려하는, 건강한 신체에 대한 욕망을 통해 자신의 신체나 배우자의 신체, 아이들의 신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병원은 위생적 삶의 방식에 따라 깨끗함과 더러움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병원을 넘어서 생활의 감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서양의 경우, 사람의 몸이나 어떤 공간에 퍼져 있는 냄새에 대한 감각은 19세기를 거치면서 매우 달라졌다. 예를 들어 19세기 이후 전염병의 원인에 대한 의학적 발전과 그에 따른 위생 감각의 변화는 (베르사이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었고 궁정을 거닐 든 아리따운 귀족 부인/아가씨들의 우아하게 부푼 치마 자락 끝에는 언제나 자그마한 경단과 같은 똥 덩어리들이 구슬 장식들처럼 매달려 다녔다는 사실이나, 북유럽도 어디든지 화장실이 없어 아침이면 밤사이 싸놓은 그들의 오물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일로 도시전체가 오물의 냄새로 진동했다는 얘기는 차치하고라도) 20년 씩 씻지 않은 사람의 냄새도 서로 견딜 수 있었던 사람들의 코가 서로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진경;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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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전시회는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왜?
당신이 전시장에 올 때면, 이 똥작업이란 것이 대체 어떤 것인가를 보러올 것이나, 다른 것들도 그렇겠습니다만 특히, 똥그림은 당신이 반응하는 만큼만 만들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이것은 대단한 교훈입니다. 똥그림은 당신의 반응만큼만 만들어지고, 똥그림은 당신이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는 정도의 그림으로만 그치거나 성취한답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당신 안의 작업이 됩니다 그려.
거기서 당신은 당신의 비전과 만나는 것이지요. 똥은 은유도 알레고리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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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욕망의 배치
자본의 시선으로 자신의 신체를 보는 욕망의 배치
훈육, 교정을 위해 관리하고 통제하는 신체와 그것을 위해 복종하는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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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민 작가는 먼저 좌선하는 자신의 라이프 캐스팅된 피부에서 김이 서리고 마침내는 이슬이 맺히는 조각상을 선보였고, 자신의 몸을 주로 사용하는 퍼포먼스 형식을 무엇보다도 선호 해왔다. 직접적 자신의 몸 씀, 자기 신체 스스로를 세상과 직접 접촉-감응하는 매체로 사용하고자하는 그의 적극성은 대체로 중간 매체의 과정적 역할을 참기 어려웠는가보다.
이를테면, 진창과 같은 황토 흙을 온 몸에 쳐 바르고 진흙의 베컴머리로 하루 종일 일상을 활보하는 사이 어느덧 나무껍질처럼 굳어 갈라지는 흙더깨를 덥고 다니는 형국으로 변하고,
또는 먹물을 듬뿍문 입으로 직접 천에다가 행한 선긋기는 입술이 헤어지고 깎여나가 결국엔 핏물로 그어 가나게 되는, 천위에 줄기찬 긋기의 극한을 이미 보여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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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변신을 통해서

- 똥으로 변신한 그림/조각의 꿈
그레고르 잠사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발견하였던, 자신이 한 마리의 기이한 벌레로 변해버린 사실처럼, 내가 그의 작업을 찾아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그의 작업들이 똥으로 변해버린 사실을 꿈꾸게 된다. 마치, 고모라를 탈출하면서 금기된 미련으로 돌아보았기 때문에 결국 저주받아 소금 덩어리로 변해버렸던 롯의 아내의 자태처럼, 마치 미술 작업이 저주받아 똥덩어리로 변해버린 듯.

변-신, 변-형에는 모종의 저주와 회한, 원망이나 집착의 기억들이 각인되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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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으로 그린 그림인가 ? 그림을 똥으로 만들어버린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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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칠로 그림-되기
- 주체에 대한 해학적 자기 비하 ?
창작의 주체는 어디에 있는가, 또는 어디서 오는가.

똥 싸기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자아-주체의 분열적 발생; 발가벗겨진, 있는 그대로의 수치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주체의 발생? ; 내 배설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자체가 이미 타자의 시선이 되거나/된다는 것은 나의 주체가 탄생하는 장소인 수치/불결의 장을 구성해주는 셈이 아닌가?

배설의 대면윤리
그는 2002년 정초부터 약 6개월간 자신의 똥을 싸 모으기 시작했다. 똥가루가 자욱하게 날리던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던 날, 그는 마른 똥덩어리를 그라인더로 갈아서 경단처럼 만들고 있었다.
엽기적 취미인가?
해외 포르노르라피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것 ; 서로의 똥을 먹거나 입에다 똥이나 오줌을 싸주는 행위 -사진들을 모아놓은 싸이트들을 당신은 어떻게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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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나왔지만 내가 혐오 할 수밖에 없는 오물로, 나 자신과 분리-배제하고자 하는 똥에 대한 생각과 대조되는,
배변-대변 예찬 ?
자신의 대변조차 집착-찬양하는 페티시즘의 일종일까?
치매에 걸린 노인네들 하듯 자기의 변을 주어먹거나 애인의 변을 서로 핥아주는 페티시즘의 표현 ?
변이나 정액이 자신/애인 몸의 일종의 분신이라는 강한 환상/믿음을 투사하여 더욱 집착하거나 주저 없이 먹어 삼키는 사드/마조흐적 애정확인-입증-서약 의식 행위이듯, 예술에 대한 도착적 애정확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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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측 역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날 것인가?
똥이 미술 조건들과 접속하여 과연 어떤 작동을 일으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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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背理), 이질성들의 배급-방출

위생적인 것들이라고 의심 없이 통용되고 권력화 되는 것들 사이에서 터부-금기시 했던 비위생적인 것을 끌어들여, 암암리 위생적인 것들로 계도되고 부추겨지고 억압했던 근대화과정에서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든 것들 아래서 이처럼 타자화 되고 있었던 것들을 뒤집어, 비위생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배제하여왔던 것들과 정색하고 마주보거나 자리바꿈을 하는 것?

똥배짱으로 똥 그림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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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자원이었던 시절을 감안하고도 잠간만 돌아보아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똥이 언제나 배타적으로 비하되곤 하던 언표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 가령,

똥 종이(저질종이)
똥 통
똥싸개
똥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똥 싸고 뭉갠다.
똥간(변소)
똥 밟다
똥칠하다.
호박잎에 똥싸먹게 됐다.
똥칠할 때 까지 산다
똥낀 놈이 성낸다.
똥폼(어설픈 멋 내기)
똥물에 튀길 놈
똥간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
똥오줌 분간 못한다.
똥파리(이승만정권치하의 경찰)
똥친(치운) 막대
똥배
똥침 /똥창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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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그림이 얼마나 창의적인가, 얼마나 독특하고 해학적이고, 도발적이고 충격적인가 등을 고려하여, 그를 두고 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언제나 장르의 벽을 타고 넘나드는 그런 자유분방한 실험정신의 소유자로 평가해준다면, 뭔가 맥 풀린 감이 없지 않으리라.
그가 사람을 놀래켜 주고자하는 데 목적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왜 똥-칠을 하였는가? --그가 경계 허물기를 집착하였다면 왜 그간의 경계가 어떻게 그를 사로 잡아왔던가를 문제시하고 물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그림에서 외디프스적 가족-경계는 어떤 것일까?

그의 똥 그림이란 무엇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객관적 관점을 논하려하거나 궁금해 하기 전에, 우리는 그의 똥그림을 어떻게 보는가-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먼저 봉착한다.

문제는 그의 똥그림이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내가 그의 작업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가 흥미로운 것이다.
그것은 보이는(보이기)의 문제가 던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읽기의 문제가 던지는 질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읽기를 통해서만 똥그림은 똥냄새를 피우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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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식품이라는 말이 있음에 어쨌든 혐오 미술이 없으란 법이 없다. 자괴 미술도 있는데, 이런 명칭은, 문화적 인식도 배타성 없이는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준다.

그는 은근히 우리를 놀래 킬 셈이었을까?
그는 정녕 우리의 미술 범주를 건너 뛰어넘고 싶었을까?
그는 정녕 새로운 냄새 매체 미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을까?
그는 자연주의자를 흉내 내고 싶어 하는 걸까?
그는 엽기적 취미나 자기분비물 도착증(집착증)을 앓고 있을까?
그는 냄새도착증을 보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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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권력의 도식으로 포섭되지 않는, 일반화된 주체 아래서 일반성으로는 결코 완전히 용해될 수 없는 이반성을 억압하는 현실을 똥칠하려는지, 혹은 미적 양식의 쟁점들 자체를 똥칠하려는 것인지?
이반(二般) 미술의 패럴로지?
그는, 우리 미술계에 나타난 '바바리 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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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성욕이 있다면 변태미술 욕구 또한 가능할 것 아닌가?.
                                                                                    2002년 9월 홍명섭 (미술인)